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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연중 22 주일: 음식에 관한 주님의 가르침 - 음식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문제~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09-02 13:09:53

연중 제 22 주일                                                                                                               2018. 09. 02

 

이제 8월도 지나가고, 오늘은 9월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지난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여름 한 철 잘 나려면 몸에 도움이 되는 음식도 잘 챙겨 먹어야 했습니다.

저는 삼계탕, 보신탕, 민어탕 맛을 조금 봤습니다.

여름에는 장어가 좋다고 친구들이 불러내서 장어 맛도 보았습니다.

시원한 콩국수와 메밀국수, 평양냉면도 먹었습니다.

 

음식 속담을 찾아보니 유독 가을과 관계된 속담들이 많습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 다시 돌아온다.”

가을 상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가을밭에 나가는 게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민족들에 비해 조금 급하다고 하죠.

그래서 음식과 연결되어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경계하는 속담들도 있습니다.

성급하게 덤비다가는 일을 망치기 십상이니까요.

우물가에 가서 숭늉 찾는다.”

콩밭에 가서 두부 찾는다.”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달란다.”

 

허영만 화백이 쓴 <식객>은 우리나라 음식 기행으로 유명한 책입니다.

15년 넘게 쓴 책인 데 27권까지 나왔죠.

단순히 음식 소개에 그친 책은 아닙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사랑과 그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지요.

어떤 인터뷰에서 <식객>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씨리즈, 미쉐린 가이드 이야기).

 

“<식객> 은 한국 식도락가들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팔도강산의 숨겨진 지역 특산물과 향토 음식을 발굴했다.

그에 얽힌 문화와 역사, 삶의 희비애환까지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요리 만화가 아니다.

우리 밥상의 맛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한국 음식 문화 인문학에 더욱 가깝다.”

 

돼지고기는 중국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음식입니다.

그렇지만 유대교에서는 금기 식품, 먹어서는 아니 될 음식이죠.

음식 이야기는 성경에도 많이 나옵니다.

구약성경 레위기 11장에는 유대인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들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까 꼭 읽어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어와 오징어, <순희네 포차>에서 잘 하는 가오리 찜도 유대교 금기 식품입니다.

새우나 랍스터, 털게, 킹 크랩, 대게 등도 먹을 수 없습니다.

낙지 탕탕이나 연포탕도 먹을 수 없습니다.

장어구이나 장어탕도 금기 식품입니다.

이러니 유대교 신자가 아닌 게 천만다행입니다.

 

무엇인가 먹지 말라는 것은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당장 배고파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종교적 이유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폭력과 같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손을 씻고 우아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배가 고프니 허겁지겁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손을 씻지 않고 먹었다고 해서 그 음식이 부정 타는 것도 아니죠.

그저 위생상 문제가 될 뿐입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셨던 분입니다.

그래서일까 예수님은 손 씻는 예법이나 금기 식품에 대해서 아주 자유로우셨습니다.

사실 특정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같습니다.

그래서 하시는 말씀일 것입니다.

 

무엇이든지 몸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참 좋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음식 중에 기피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혹, 특정 음식에 알러지가 있다면 다른 문제겠죠).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 어떤슨 음식을 피해야 하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음식 먹기 전에 손을 씻느냐 마느냐가 목숨을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네 마음입니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히기 때문입니다.

안에서 튀어나오는 미움과 시기, 질투, 탐욕과 분노, 증오와 짜증 등이 문제가 됩니다.

탐욕은 도둑질로 이끌고, 미움과 분노는 살인으로 이끌어 갑니다.

어리석은 마음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貪瞋痴 殺盜淫).

그래서 주님께서는 산상수훈 진복팔단에서 이미 마음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마음이 온유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마음이 자비로운 사람은 행복합니다.

 

우리 안에서 나오는 좋은 마음이 우리의 행복과, 가족과 사회의 행복을 좌우합니다.

휴가 중 들렀던 어느 술집에 이런 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빗대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쓸 좋은 마음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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