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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연중 27 주일: 하늘이 맺어 준 부부 - 살아서는 같은 방을 쓰고, 죽어서는 같은 무덤을 쓰네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0-07 08:10:23

연중 제 27 주일                                                                                                                           2018. 10. 07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가네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란 노래입니다.

노래의 뒷부분은 눈물이 나서 읽을 수가 없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청춘남녀가 서로 만나, 천생연분 부부가 되어 살아갑니다.

알콩달콩 자식들 키우다가, 아이들 시집 장가보내면서 함께 늙어 갑니다.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바로 해로(偕老)입니다.

부부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 했습니다.

함께 늙어가고 같은 무덤을 쓴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부부의 인연은 참으로 엄청난 것입니다.

살아서는 같은 방을 쓰고 죽어서는 같은 무덤을 쓰네 (生則同室 死則同穴, 詩經).”

 

그런데 결혼생활은 현실이라 티격태격 싸움이 끊이질 않습니다.

어떤 때는 부부가 아니라 웬수(원수)라고 대놓고 말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한 번쯤은 이혼을 생각해 보았을까요?

최석우 시인은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으랴!”

이 제목의 시, 뒷부분입니다.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상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사람 사는 데에 갈등 없는 곳이 없습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우리는 더 성장해야 합니다.

신앙으로 더 성장하면 그만큼 내 옆의 사람을 더 품어 안을 수 있습니다.

싸우고 화를 내는 것은 내 마음의 그릇이 작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속삭이는 말이 있습니다.

싸우면 지는 것이다, 화내면 지는 것이다.”

 

먼저 웃는 거울은 없다고 합니다.

내가 먼저 웃으면 거울도 따라 웃는다는 것이죠.

상대방이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해 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성숙입니다.

 

김치는 다섯 번 죽어야 맛이 든다고 합니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통배추를 반으로 가를 때 두 번 죽게 됩니다.

소금에 절여질 때 세 번,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무쳐질 때 네 번 죽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힐 때 다시 한 번 죽는 것이죠.

부부사랑도 배추처럼 그렇게 죽어 김치처럼 맛있게 익어가는 것이겠죠.

양광모 시인의 <우산>이란 시에서도 우리는 부부 사랑에 관해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다[...]

쓸쓸함이란 내가 우산을 씌워줄 사람이 없는 것이요,

외로움이란 나에게 우산을 씌워줄 사람이 없는 것이고,

고독이란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는 것이다.

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오늘 복음은 이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됩니다.”

 

부부란 하늘이 맺어준다 했는데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관계라고 말씀하시네요.

자식들이 가정을 꾸려 떠나가도 내 남편, 내 아내는 내 곁에 늘 남아줄 사람입니다.

내가 죽을 때 내 곁을 끝까지 지켜 줄 사람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더 많이 고마워하고,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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