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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연중 29 주일: 처음처럼, 그리고 세상 끝 날까지, 아니 세상이 끝난다 해도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0-21 09:10:36

연중 제 29 주일 (전교주일)                                                                                                                  2018. 10, 21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신영복 선생님의 시, <처음처럼>입니다.

선생님에게 시작과 처음은 아주 중요한 단어였나 봅니다.

시작이 절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은 그러나 이미 절반을 지나 그 마지막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발심시변성정각(初發心時便成正覺)’이란 말이 바로 그렇습니다.

시작할 때 세운 그 마음이 이미 마지막 깨달음에 도달해 있다라는 말입니다.

초심(初心)을 잘 견지하면 깨달음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죠.

세례 받을 때의 그 첫 마음,

사제서품 받을 때의 그 첫 마음,

결혼할 때의 그 첫 마음,

그 첫 마음으로 우리가 매일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마침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좋은 마침을 위해서도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인생에 대한 본질적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바꾸어 쓰면 이렇게 되겠죠.

나의 시작은 어디이고 나의 마침은 어디인가?

그래서 불교에서도 태어나기 전에 너는 누구였느냐?” 하고 묻습니다 (父母未生前本來面目).

시작을 알면 지금 내 모습을 알게 될 것이고, 마침은 그냥 따라 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서는 우리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들려줍니다(1, 5).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만방에 내 말을 전할 예언자로 뽑아 세웠다.”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분은 그렇게 우리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또한 세상 만물을 지어내신 분입니다.

성경의 첫 시작은 바로 이런 사실을 웅장하게 선포하고 있는 것이죠.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습니다.”

 

성경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내리기를 바랍니다

요한 묵시록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끝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주님의 부재를 느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죠.

그래서 묵시록은 절절하게 기도합니다.

주 예수여, 오소서!”

 

주님께서는 인간의 간절한 청원에 기꺼이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말씀 하십니다: 내가 곧 가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오고 계시고 또 이미 와 계시는 분이십니다.

오셔서 이미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믿음은 구약의 시작부터 신약의 끝까지 그대로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도 그 시작에 하느님을 임마누엘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것이죠.

 

이 모든 일로써 주님께서 예언자를 시켜,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선배 신앙인들은 항상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말씀으로 위로를 삼았습니다.

그래서 힘든 현실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에 대한 위로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말씀과 항상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이 또한 그렇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건져주지 않았느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보살펴 준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이사 43, 1-7).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이 마태오 복음의 시작이 마태오 복음의 끝과 그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죽음은 우리에게 세상의 끝일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주신 마지막 숨을 다 내쉬면서 세상을 하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 시간은 또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제와는 다르게 하느님 품에 온전히 안기는 전혀 다른 은총의 시작일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끝난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고쳐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세상 끝 날까지, 아니 이 세상이 끝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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