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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연중 31 주일: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사랑의 이중 계명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1-04 13:11:17

연중 제 31 주일                                                                                                                                2018. 11. 04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단풍 일면 그대 오고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낙엽지면 그대 가네[,..]

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가을 가을 내 맘 아려나 (신계행, 가을사랑)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11월의 첫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 가슴이 아픈 것은 이용 씨의 노래 때문이 아닙니다.

가을을 떠나보내야 하는 애절한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10월은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이지만 11월은 겨울을 준비하는, 쓸쓸한 낙엽의 계절입니다.

단풍이 들면 내 사랑 가을이 오고, 낙엽이 지면 내 사랑 가을이 떠나갑니다.

 

날씨 좋던 10월은 속절없이 가버리고 이제는 11월입니다.

아름답던 단풍은 떨어지는 낙엽 되어 길거리를 굴러다닙니다.

단풍 보면서 하느님을 찬양했으니 이제는 낙엽을 보며 묵상할 때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 줍니다.

시인의 <가을엽서>입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엽서/안도현)

 

하느님은 사랑이어서 낮은 곳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립비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리스도 찬가).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렇게 자신을 낮추셔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2, 5-8 참조).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셨습니다.

이것을 한자로 강생(降生)’이라고 합니다.

내릴 강()’날 생()’입니다.

강생구속(降生救贖)은 천주교 4대 교리 중 하나죠.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신 것은 그분의 사랑 때문입니다.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의 엄청난 차이의 벽이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자기와는 전혀 다른 땅을 받아 안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요한은 말하고 있는 것이죠.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간의 품위를 곳곳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참으로 놀랍고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창세기는 인간이 (감히?)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라고 전해 줍니다.

시편 작가에게 인간 존재의 품위는 하느님에 버금갑니다.

사람을 하느님 다음 가는 자리에 앉히시고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어주셨습니다" (시편 8,5).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그렇게 사랑하셨고, 지금도 역시 사랑하고 계십니다.

바오로 사도가 필립비서에서 그리스도 찬가를 들려주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기를 바라시는 것이죠.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리스도처럼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무슨 일에나 이기적인 야심이나 허영을 버리십시오.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다고 여기십시오.

저마다 제 실속만 차리지 말고 남의 이익도 돌보십시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2,3-5).

 

이 말씀이 바로 오늘 복음 말씀과 연결됩니다.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이것이 최고의 계명이고,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은 우리들도 마땅히 서로 사랑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너무 크시기에 그분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강생하셨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 내려오지 않고서는 사랑할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밑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왜 그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자꾸 안도현 시인의 글에 눈이 머뭅니다.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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