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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왕대축일: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나라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1-25 12:11:43

그리스도 왕 대축일                                                                                                                             2018. 11. 25

 

내일이면 잊으리 꼭 잊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 하지도 않더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마지막 선물 잊어 주리라
립스틱 짙게 바르고
별이 지고 이 밤도 가고나면
내 정녕 당신을 잊어 주리라

 

가수 임주리 씨가 부른 노래, <립스틱 짙게 바르고>입니다.

노래 가사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남녀 간의 깊지 않은 사랑은 하루 밤 만에 끝날 수 있겠죠.

그래서 별이 지고 이 밤이 가고나면 잊힐 사랑입니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말 할 수도 없는 싸구려 사랑입니다.

 

잊혀진 사랑처럼 잊혀져간 나라들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영원한 제국이라 여겨졌던 수많은 나라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500, 1,000년 지속되었다지만 지금은 사라진 나라들이요, 제국입니다.

지금이라는 시점에서 보면 나팔꽃보다 짧은 제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그렇고 고려, 조선이 그렇습니다.

마야 문명이 그렇고 로마 제국이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제국도 없고 영원한 문명도 없는 것입니다.

 

2015,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온두라스에서 고대 도시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도시의 이름은 백색 도시’, 혹은 원숭이 신의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 관한 책이 며칠 전, 제가 구독하는 신문의 신간 코너에 소개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입니다.

이 책은 온두라스에서 이 고대 도시를 탐사한 탐사대의 기록입니다.

책을 쓴 프레스틴은 책의 말미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고고학에는(...) 21세기에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간의 성공과 실패에 관하여 경고하는 이야기들이 그것입니다.(...)

이제껏 영원히 살아남은 문명은 없었습니다.

우리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빌라도는 로마제국을 상징합니다.

그 당시에 로마는 절대 권력의 상징이요, 영원성의 상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영원한 로마 앞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죽어갈 죄인으로 서 있습니다.

로마의 눈에 예수님은 나팔꽃처럼 스러져야 하는 볼 품 없는 사람이었겠죠.

그런데 빌라도 앞에 서 계신 예수님은 당당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왕이라고 당신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습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그대가 유대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죠.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에는 유대인이라는 수식어가 떨어져 나갑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아브라함의 아들로 소개한 적이 없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민족이 있고 국경이 있지만 예수님은 민족과 국경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이현주, 요한복음 묵상, 338쪽 참조).

사람의 아들이 진리를 증거 할 때, 사람의 아들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진리에 대해 물었습니다.

진리가 무엇인가?”

빌라도에게는 강력한 로마 제국이 바로 진리였을 것입니다.

침략하고, 전쟁하고, 다른 민족을 노예로 삼는 로마가 그에게는 진리였습니다.

끝없이 국경을 넓혀 가는 로마가 그에게는 진리였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으니 로마가 진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겠지요.

 

그러나 예수님께는 하느님의 말씀이 진리였습니다.

하느님이 진리이고, 하느님의 사랑이 진리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 하러 오셨다고 빌라도에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사랑을 위해서 죽으러 오셨다는 말씀입니다.

싸구려 하루 밤 사랑이 아니라 목숨을 내어 놓는 그런 사랑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면서도 사람들을 용서하셨던 그런 사랑입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고린토 113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13,13).

 

영원히 살아남는 문명도, 제국도, 나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나라의 주인이요, 임금이십니다.

우리는 그 나라에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배우는 백성이요,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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