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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대림 1 주일: 대림절의 신앙 - 어려움 속에서도 허리 펴고 머리 들 수 있는 힘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2-02 13:12:10

대림 제 1 주일                                                                                                                       2018. 12. 02

 

지난 토요일 아침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문자가 서너 개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분의 문자도 있었습니다.

아주 간단한 글이었죠. “신부님, 눈 와요.”

짧은 글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중에 통화를 했는데 펑펑 쏟아지는 첫눈을 보면서 예전의 순수함이 생각났다 하였습니다.

 

첫눈은 그렇게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고 우리는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습니다.

그런 슬픔을 이 정석 씨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때 옛말은 아득하게 지워지고 없겠지요(...)

아스라히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
옛날 옛날 포근한 추억이/ 고드름 녹이듯 눈시울 적시네.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어릴 적 한 번쯤은 다 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는 그저 눈 자체가 아닐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들의 작은 기억들이 하나씩 내려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눈에는 우리 모두의 사연들이 송이송이 들어있습니다.
하늘에서 우리에게 그 옛날 아름다운 추억을 내려주는 것이죠.”
(‘사노라면님의 블로그, ‘첫눈이 온다구요에서 인용)

 

그러나 그리움은 과거에만 갇혀 있지 않습니다.

그리움은 미래를 향해 문을 열어젖히기도 합니다.

그리움은 그렇게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정석 씨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고요
그리운 사람 올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보네.

 

오늘은 대림 첫째 주일입니다.

여러 송년 모임으로 바쁠 때이지만 옷깃 여미면서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기다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정신 줄 놓은 채 마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다림은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운 사람에게 달려가는 것입니다.

이기주 선생은 <언어의 온도>에서 기다림에 대하여 이런 말을 들려줍니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희망이란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162-163).

 

오늘 대림 첫째 주의 복음 말씀은 먼저 어두움에 대해 들려줍니다.

해와 달과 별들의 표징, 검은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

이것은 두려움과 공포의 은유입니다.

두려움과 공포는 우리들이 겪어야 하는 어둠의 시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늘 마주치는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세상의 끝은 아닙니다.

창세기 12절의 말씀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한 처음에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거라곤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암흑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물 위에 하느님의 영()이 휘돌고 있었습니다. “

 

빛은 어둠 속을 뚫고 들어옵니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울려 퍼졌습니다.

빛이 생겨라!“

그러자 빛이 생겨났습니다 (창세기 1,3).

 

오늘 복음 말씀은 어둠과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께서 오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어둠과 암흑과 공포 때문에 쓰러지지 말라는 위로의 말씀입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강하게 떠오르는 법입니다.

그래서 말씀하십니다.

 

”(그럴수록)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드십시오.

사람의 아들이 오시면 그분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십시오.

그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 하십시오.

여러분의 구원이 가까이 왔기 때문입니다.“

 

신앙한다는 것은 어려움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설 수 있는 힘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신앙한다는 것은 그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 힘이 있기에 우리는 그리운 임 기다리며 미래를 향해 문을 열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오신답니다.

비록 현실은 녹녹하지 않지만 마음만큼은 주님 맞으러 달려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이정석 씨가 부른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리운 사람 올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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