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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대림 2 주일: 대림절에 들려주는 요한의 네 가지 길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2-09 08:12:51

대림 제 2 주일                                                                                     2018. 12. 09

 

초가집 처마 밑에 노을이 젖어들면

새들은 깃을 접어 님 마중 앉아서(...)

지는 해는 잡지 말자, 임이 좋대나(...)


오솔길 고개 위에 가쁜 숨 몰아쉴 때

저 멀리 안개 속에 호롱불 비치네

기다리는 님 생각에 멀어진 십리길이

동구 밖 돌아와도 아직도 멀어

바람이 불지마라 임 오시는 길에

 

1960년대 김부자 씨가 부른 <님 오시는 길>이라는 노래입니다.

오시는 임을 기다리며 지는 해를 더 잡아두고 싶은 마음은 애틋함입니다.

안개 속에 비치는 호롱불은 임이 아니실까 생각하는 마음은 애절함입니다.

임 오시는 길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은 간절함입니다.

그런 애절함과 간절함으로 기도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바람이 불지마라, 임 오시는 길에!”

 

주님 오시는 길을 준비하자고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외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마음은 또한 주님께로 달려가는 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은 우리에게 천국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요한은 네 가지 길을 일러줍니다.

 

1 골짜기는 메워져야 합니다.

2 높은 산은 낮아져야 합니다.

3 굽은 길은 곧게 해야 합니다.

4 거칠고 험한 길은 평탄하게 해야 합니다.

 

물은 패인 곳, 즉 웅덩이가 있으면 흘러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패인 곳을 채우고 나서야 흘러갈 수 있습니다 (不盈科不行, 盈科而後進).

메워지지 못한 골짜기는 상처와 미움으로 깊게 패인 우리네 마음으로 풀어봅니다.

우리는 지나간 시간의 아픈 상처들에 자꾸 손을 댑니다.

그래서 그 상처는 커지고 그 상처의 깊이는 산골짜기보다도 더 깊어져 갑니다.

그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상처로 패어있는 그 마음의 골짜기를 메우십시오!”

 

‘7죄종(7罪宗)’ 중 첫 번째가 교만(驕慢)’입니다.

교만한 사람은 하느님 앞에서도 절대로 무릎 꿇는 법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팽개치고 오직 자기가 제일이라 여기며 에고로 자신을 가득 채워 갑니다.

그러나 세속의 잔머리가 하느님의 지혜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하늘의 도는 그런 사람을 이지러뜨린다 하였습니다(虧盈而益謙).

땅의 도는 그런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했습니다(變盈而流謙).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롭게 한다 했습니다(害盈而福謙).

사람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 했습니다(惡盈而好謙).

노자 77장과 주역 지산겸(地山謙) ()에 보이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네 교만으로 가득 차고 높아진 마음은 겸손하게 낮아져야 하겠습니다.

 

굽은 길이란 정직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해서 이리 저리 꼬여 있는 마음입니다.

투명하지 않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깨끗해야 행복하다 하였습니다.

마음이 깨끗해야 하느님을 뵌다 하였습니다(마태 5, 8).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혜왕이 묻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에 어떤 이로움을 주기 위해 오셨습니까?”

맹자가 대답합니다.

왜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하시는 겁니까(何必曰利)?

단지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亦有仁義而己矣).”

내 이익만 생각하는 굽은 마음 변하여 사랑과 정의의 곧은길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거칠고 험한 길 역시 우리네 마음을 지적하는 말로 풀어봅니다.

쉽게 화를 내고 분노하고, 핏대 올리며, 작은 일에 짜증내는 마음이 그것입니다.

주님께서 그런 마음으로 오실 리 만무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주님께로 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였습니다(마태 5,5).

 

신앙한다는 것은 우리네 욕심을 채우고자 하느님께 자꾸 무엇을 청하는 게 아닙니다.

신앙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우리네 마음을 잘 들여다본다는 것입니다.

내 마음 속 상처와 미움으로 깊게 패인 곳은 없는가?

주님보다 나를 앞세우는 교만함은 없는가?

굽은 마음, 거친 마음은 없는가?

그렇게 우리네 마음 들여다보자는 게 회개하는 것이요, 마음 공부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 잘 다듬어 깨끗해지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오실 것입니다
.

우리는 그렇게 주님 모시고, 밝은 빛으로 살 것입니다(人欲日消 天理日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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