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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3주일: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2-16 09:12:26

대림 제 3 주일                                                                                                                                2018. 12. 16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서는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판공성사의 계절입니다.

대림과 성탄 시기는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성탄 판공 때는 한 해를 잘 마감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고백소를 많이 찾으십니다.

그런데 고해소에 앉아 있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 들어오자마자 딱 한 말씀 하십니다.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에 대해서도 (통회하오니) 사하여 주소서.”

 

적지 않은 교우 분들은 성사 후에 꼭 보속(補贖)을 청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보속을 잘 드리지 않는 편입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랑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으면 앞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기도 생활을 잘 하지 못했으면 오늘부터 기도하기 시작하면 될 것입니다.

누구를 미워하고 있으면 미워하는 마음을 멈추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분들이 잘 못한 것을 고치려는 의지 없이 보속을 청하는 것 같습니다.

미운 인간을 사랑하기는 싫고, 앞으로 기도생활을 잘 한다는 자신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저 주의 기도 몇 번 하는 보속으로 때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잘 못한 일을 고치는 일은 제쳐놓고 쉬운 보속으로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참으로 반성하고, 많이 가슴 아파하며 당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이런 분들은 결코 남의 잘못을 성토하거나 고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다른 사람 이야기만 합니다.

자기는 죄가 없는데 남들이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말씀인 듯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외쳤습니다.

회개하십시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 보이십시오.”

 

사람들은 요한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기를 청하면서 묻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들은 회개의 설교를 들었을 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래서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은 이렇게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쟤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앙은 내가 하는 것이고, 회개는 내가 하는 것입니다.

고백성사는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의 질문은 올바른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상황을 전하는 말이 있습니다.

석가성불 산천초목 동시성불(釋迦成佛 山川草木 同時成佛)’이라는 말입니다.

부처님이 깨닫자 산천초목도 다 깨달았다는 말입니다.

더 정확히는, 부처님이 깨달을 때를 기다려서 산천초목도 함께 깨달았다는 말입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은 모두 다 깨달았는데 이제껏 부처님 혼자만 못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죠.

내가 깨닫고 나니 다른 사람들, 삼라만상은 이미 깨닫고 있더라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문제는 남에게 있지 않고 나에게 있었다는 것입니다.

 

군중은 요한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요한은 말합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십시오.”

 

오늘은 자선(慈善) 주일입니다.

자선이란 자비로운 마음으로 선을 행하는 일입니다.

불가에서 쓰는 자비희사(慈悲喜捨)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는 남에게 기꺼이 기쁨을 나누어 주려는 마음입니다.

()는 남의 괴로움을 슬퍼해 주고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런 자비의 마음으로 기쁘게 주는 게 희사입니다.

 

이 네 가지를 네 개의 無量心이라 해서 四無量心이라 합니다.

무량은 무진(無盡), 무궁(無窮)과 같은 말이죠.

끝이 없다는 말입니다.

자비(慈悲)로운 마음, 희사(喜捨)하는 마음은 사랑인데, 그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다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는데, 그게 사랑의 빚이라는 말씀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오늘 요한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사랑의 마음입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게 사랑하세요.”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서는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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