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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성탄대축일: 하느님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2-25 07:12:24

예수 성탄 대축일                                                                                   2018. 12. 25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歡待)가 될 것이다 (환대: 반겨서 즐겁고 기쁘게, 정성껏 후하게 대접하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입니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의 전 존재와 만나는 것입니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의 미래의 꿈과 희망까지 만나는 것이죠.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아픔과 기쁨까지 함께 만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나에게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오는 것도 이럴진대, 하느님 오시는 일은 더욱 더 어마어마한 일일 것입니다.

오늘 그 굉장한 일이 우리들 가운데 일어났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기로 작정하셨고 우리 가운에 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것입니다.

역사 이래 그 누구도 상상해 보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실로 어머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국가 원수가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빨간 카펫을 깝니다.

배우들도 무슨 행사가 있으면 빨간 카펫 위를 걸어갑니다.

정치인들이 어딘가를 방문해도 요란을 떨면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너무나 겸손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찾아오셨지만, 그러나 사람들은 그분께 자리 하나 내드리지 않았습니다.

찬바람 부는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여관에는 방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따뜻한 방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지만 하느님께서는 거절당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는 인간 세상에서 첫날밤부터 추방당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신 분이 마구간에서 태어나야 하셨던 것입니다.

이 또한 어머어마 한 일이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요, 말문이 닫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요한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습니다(요한 1, 10-11).

 

하느님께서는 너무나 조용히 오셨고(Stille Nacht) 또 너무나 낮은 곳으로 오셨습니다.

그렇게 오시는 하느님에게 세상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성탄 노래에 모두들 잠든 밤이라 하였습니다(Alles schläft).

모두들 잠들어 있었으니 오시는 하느님을 맞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오실 때 그렇게 환대받지 못하셨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저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오시던 밤, 하느님도 부서진 마음으로 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때론 그렇게 마음이 부서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 부서지기 두렵다면 사랑을 그만 둘 일입니다.

하느님은 마음만 부서진 게 아니라 나중에는 십자가 밑에서 몸과 뼈가 부서져야 했습니다.

하느님은 첫날밤부터 인간의 부서진 마음을 체험하십니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사람아,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라/생활성서).

 

하느님은 사람이 되심으로써 당신 육신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직접 겪고자 하신 분입니다.

그 모든 위험과 고통, 아픔과 폭력, 상실과 고독, 작은 아기가 지닌 무력함,

집과 고향을 잃은 젊은 부모의 마음, 친구들의 배반, 적대자들의 미움,

이 모든 것을 몸소 다 겪으려 하신 분입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우리 가운데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히 하느님과 함께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136).

 

하느님은 그렇게 마음 부서져도 관계없다면서 오늘밤 우리를 향해 달려오셨습니다.

그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여기에 성탄의 기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그 신비를 잘 알지 못하기에 요한은 이렇게 외쳤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분이 여러분 가운데 계십니다.

여러분이 깨닫지 못한 분이 여러분 가운데 계십니다.”

 

하느님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그분의 시간이 오는 것이요, 그분의 처음(α)과 끝(Ω)이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전 존재가 오는 것이요, 그분의 사랑과 기쁨과 희망이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놀라운 의미와 우리의 구원이 함께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우리 때문에 부서지기도 했을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그런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면, 분명 오시는 하느님을 따뜻이 맞이하는 환대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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