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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미사/마지막 주일 - 마음 성찰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8-12-30 08:12:51

성가정 대축일 - 한 해를 보내며                                                                 2018. 12. 30

 

오늘은 한 해를 마감하면서 강론을 대신해서 마음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성찰을 위한 글은 이 채 시인의 시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라는 시를 뼈대 삼아 살을 조금 붙여 보았습니다.

 

1 사랑보다 찬란한 보석이 없음을/ 정녕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미워한 날이 더 많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빼 버리면 성경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한은 하느님은 사랑이라 하였습니다.

사랑하면 누구나 하느님을 아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올 한 해 더 많이 사랑 하려고 노력 했지만, 또 누군가를 많이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2 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 진실로 깨닫지 못하고

반목의 싸늘한 바람만 불어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사랑은 미움을 낳을 수가 없습니다.

미움은 용서를 낳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왔네요.

용서를 받으려고만 했지 용서를 줄줄은 몰랐습니다.

나만 생각했지 남을 생각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3 믿음 보다 진실한 빛이 없음을/ 가슴으로 새기고 새겼어도

불신의 늪으로 높은 울타리만 쌓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믿음입니다.

자녀들을 믿어줘야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믿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믿지 못해 의심을 키웠고, 의심 때문에 믿지 못 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믿음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세상 살아가는 게 어렵고 힘들다며, 믿음은 저만치 팽개쳐 놓기도 했습니다.

너의 믿음이 너를 살렸다!”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를 살리는 믿음은 키우려 하지 않았고, 마음 속 욕심만 크게 키웠습니다.

 

4 비우고 낮추라는 말이/ 정녕 옳은 줄은 알지만

부질없는 욕심의 씨앗만 키워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 사람이 되셨습니다.

비우고 낮추지 않고서 하늘이 땅을 찾아올 수 없는 법이죠.

그것이 성탄의 신비요, 사랑의 신비임을 알고는 있습니다(自己卑虛, 케노시스, 下心).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신비를 살아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신비가 우리 안에서 육화(肉化)되기는 왜 그리 어려운 것일까요?

 

5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으로 포장한 고집과 아집으로

고요한 자성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미사 시작마다 그렇게 외치곤 했는데 미사만 끝나면 달라졌습니다.

네 탓이요, 네 탓이요, 너의 큰 탓 때문이구나(tua culpa, tua culpa, tua maxima culpa).

누구는 하루에 세 번씩이나 마음을 살폈다고 했습니다(曾子, 一日三省).

그런데 우리는 충분한 시간 갖고 마음 한 번 온전히 들여다 본 적이나 있었는지요?

 

6 나만 잘 살고/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불치의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채/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사랑은 관계이며 연대(連帶)이며 상생(相生)입니다(墨子, 兼相愛 交相利).

사랑은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요, 남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이야 어찌 되든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렵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관심 한 번 가지지 못했습니다.

 

7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뒤돌아서 당신을 비난했던

슬기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지혜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서로 다른 게 당연한 것인데도 우리는 서로 틀렸다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미워하기도 합니다.

남이 나와 똑 같다면 우리는 배울 것도 없을 것입니다.

나와 다른 것을 좀 더 큰마음으로 품어주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는 시간입니다.

 

항상 마무리 하는 시간에 서면 이렇게 부족함에 반성하게 되고 가슴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이고, 그래야 또 우리가 더 성숙할 수 있는 것이겠죠.

돌이켜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고, 이런 저런 걱정으로 잠 못 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기쁜 일과 즐거운 일들도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희망차고, 감사한 일도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그 모든 것에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시인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8 12월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곧 하얀 눈이 펑펑 올 것 같습니다

그때, 내 마음의 천사도 함께 왔으면/ 오늘은 왠지 하얀 눈길을 걷고 싶습니다

 

저는 그저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교우 여러분, 지난 1년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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