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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신부님강론
새해 새 아침 - 한 해를 다시 시작하며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9-01-01 09:01:14

새 해 11일                                                                           2019. 01. 01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해(...)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이진관, 인생은 미완성)

 

주역(周易/易經)에는 64 개의 서로 다른 괘(/形象)가 있습니다.

처음이 하늘이요(乾爲天/重天乾), 그 두 번째는 땅입니다(坤爲地/重地坤).

그러면 마지막 64 번째 괘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마지막은 괘는 미제(火水未濟) 괘라 해서 미완성을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이 완성이라면 좋을 텐 데 미완성으로 끝나는 게 주역의 묘미입니다.

세상만사 끝이 없다는 것을 주역은 말하고 싶은 것이겠죠.

 

주역은 이렇게 마지막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인생은 시작해서 완성으로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始終이 아니라 終始).

끝장난 것 같지만 아직 미완성이니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입니다.

주역은 이렇게 늘 다시 시작하고, 늘 끝이 없는 법입니다.

 

주역의 이런 가르침은 복음(福音)의 정신과도 일치합니다.

복음 역시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바라봅니다.

죽음에서 새로운 삶을 이야기합니다.

복음은죽었다 사는 이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죠(死生之說).

밀알 하나 죽어 썩어야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 죽음이라는 실패를 딛고 부활로 발걸음을 새롭게 옮기자는 게 복음 말씀입니다.

 

지난 1년 돌이켜 보면 기쁨과 즐거움도 없지 않았지만 많이 아쉽고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렇게 지난해의 미완성을 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지형 선생은 <주역, 나를 흔들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완결은 정체(停滯).

미완만이, 흠결만이, 아쉬움만이, 회한만이,

아픔만이 사람을 역동적이게 한다(...)

상처받은 삶이 오래 간다.

끝에서 시작하는 삶이 아름답다”(242-243쪽).

 

201911, 우리는 그렇게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시작이 비록 완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시 여정을 시작하렵니다.

비록 완성은 없더라도 우리는 지난해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올해 우리들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소중할 것입니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2018 년도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입니다.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다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말이죠(泰伯篇).

짐이 왜 무거운가 하면 사랑의 짐(책임)을 지고 가기 때문입니다.

길이 왜 먼가 하면 죽을 때까지 그 사랑의 책임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살자는 것, 그것이 우리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면암 최익현 선생(1833-1906)새해를 맞아라는 시가 전해집니다.

신년득운(新年得韻)’이라는 시의 한 부분입니다.

 

운명에 몸 맡기면 나쁜 상황 다 걷히고

사랑 품고 남 대하면 모두가 친구 되지

隨命置身無惡境 (수명치신무악경)

懷仁接物摠知音 (회인접물총지음)

 

하늘 뜻을 따르면서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말씀입니다.

사랑을 품고 남을 대하는 것, 그것이 복()을 불러오는 길입니다.

사랑을 품고 남을 대하는 것, 그것이 복을 짓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가겠노라 다짐하면서 기쁘게 또 한 해 시작합니다.

비록 그 길이 미완성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 길은 우리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이요,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任重道遠).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해(...)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해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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