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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또 다른 시작 - 나이 서른 예수님의 出家와 而立
글쓴이 : 박성칠 날짜 : 2019-01-13 07:01:36

주님 세례 축일                                                                                   2019. 01. 13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노래마을]이 부른 <나이 서른에 우린> 이란 노래입니다.

고도원 선생은 <아침 편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서른 살,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놓은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나를 그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나이입니다.

온전한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이입니다.”

 

부처님은 서른이 가까운 스물아홉 나이에 화려한 왕궁을 포기하고 출가합니다.

고통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 근본적인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남은 인생을 걸며 출가하는 것이죠.

그는 6년의 고행 끝에 보리수 밑에서 새벽별을 보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공자는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학문에 뜻을 품습니다(志于學).

나이 서른에는 공부가 무르익어 자신의 입장(立場)을 갖게 됩니다.

이제 어른이 된 것이고, 선생이 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고, 그곳에 올곧게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십에 이립(而立) 했다는 말이 그런 뜻이겠죠.

 

 예수님은 서른 살 가량 되어 전도하기 시작하셨다 하였습니다(루가 3,23).

그렇다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것은 나이 서른이 되기 전이었을 것입니다.

서른 전에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부처님처럼 고행에 들어가셨을 것입니다.

복음서에는 40일 고행하셨다 했지만 아마도 훨씬 더 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하셨던 것이죠.

아무튼 예수님의 세례는 부처님의 출가와 공자의 이립(而立)과 견줄 수 있겠습니다.

나이 서른 즈음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당신의 어떤 마음의 결정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투신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을 정하신 것입니다.

공자 식으로 풀면 나이 서른에 있어야 할 곳에 서 있게 된 것이죠(三十而立).

세례는 그렇게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 되는 것입니다.

새롭게 문을 열어젖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통이요, 유혹이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출가 후 고행에 들어가셨고, 예수님도 비슷하게 수행하셨습니다.

공자 역시 나이 서른에 제 자리에 선(而立) 다음, 10년을 또 공부해 올라갑니다.

그래서 나이 사십에 불혹(不惑)에 이르게 되었다 하였습니다.

모든 어려움을 겪은 공부 끝에 유혹과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바위 덩어리가 된 것입니다.

 

공자는 그렇게 매 10년 동안 성숙하고 발전해 갔다 하였습니다.

50에 지천명(知天命)을 거쳐, 60에 이순(耳順)에 이르렀습니다.

나이 50에 하늘의 명령을 알게 되었고, 예순에 귀에 거슬리는 게 없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이 70에 이르러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아무렇게나 살아도 하늘 뜻을 벗어남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從心所欲不踰矩).

 

인생은 이렇게 계속 올라가고 성숙해 가고 발전해 가는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그렇게 한 번 올라가 보자는 게 성인들의 인생입니다(其道上行, 向上一路).

지난 11일 미사 강론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인생이 비록 미완성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주역(易經)에 지풍승(地風升)이라는 괘()가 있습니다.

설명에 윤승 대길(允升 大吉)”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진실하게() 올라가니() 크게() 길하다()” 라는 말입니다.

김흥호 선생은 이 괘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공부하는 것은 무엇을 알고자 함이 아닙니다.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 위하여 공부하는 것입니다.

성경 공부를 통하여 <>라고 하는 존재가 계속 높아지는 것입니다.

자기의 마음자리가 자꾸자꾸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希天)”(김흥호, 주역강해 2, 257쪽 참조).

 

세례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시작입니다.

하늘을 향하여, 하느님을 바라보며(希天)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이죠.

우리는 작년에, 혹은 재작년에, 혹은 이미 오래 전에 세례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마침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는 오늘은 새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오늘 우리는 (비록 나이가 많긴 하지만) 나이 서른을 맞이했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세례 받으시는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다시 세례 받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는 겁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언제나 큰 은총일 것입니다.

그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실 것 같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자녀들이요, 내 마음에 꼭 드는 자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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